경계인의 사색 - 10점
송두율 지음/한겨레출판


재독 학자 송두율 교수는 자신을 경계인이라고 얘기한다. 남과 북, 두 곳 모두 이해하면서도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경계인.

'경계'라는 것은 시간적, 공간적 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는 말이다. 인류 초기부터 경계라는 것은 지리적인 공간을 구분하고 자신의 소유 등을 지키기 위한, 분쟁을 조정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 개념이기도 하다. 보통 우리가 '경계'라고 부르는 것은 공간적 영역에서의 '경계'이다.

공간적 영역에서의 '경계'는 많은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경계'를 통해서 각 지역의 특징이 만들어지고, 문화가 생기고,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변화될 수 있다.

다른 한 가지는 거꾸로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지역과 맞닿은 지역에서 경계를 나눈다는 것은 각 지역의 것이 분명하게 구분된, 그래서 특징적이나 고유한 모습들이 눈에 띠거나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그래서 경계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경계와 공간 영역의 선후관계에 대한 물음이 나올 수도 있다.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도 있다. 이 책에서 송두율 교수는 이러한 경계는 실존적인 의미를 띤다고 말한다. '안'과 '밖'의 차이가 사라지면 나와 세계도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어떤 장소에 있다는 사실을 '안'과 '밖'의 구별로 단순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새는 공기 안에, 물고기는 공기 밖에 있는 것일까? 내 옆방 친구는 내 방 밖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 친구 방 밖에 있는 것일까?"

송 교수는 공간적 규정이 곧장 '안'과 '밖'을 나눌 수 있는 충분조건은 못 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서 공간의 '경계'와 부딪혀 무엇을 느낄 때 비로소 우리는 '안'과 '밖'을 구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계라는 개념은 분명하지만, 반대로 모호한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다. '경계'는 공간을 구별하는 선(線)적 개념이지만, 공간을 나누는 기준에 따라 모호하고 불분명한 점적 개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계인' 송두율은 인접한 것들의 구별을 말하는 '경계', 타자와 자아를 나누는 '경계'가 아닌 '안'과 '밖'을 구별하는 '경계'를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경계'는 실존과 밀접한 느낌이다. 남과 북 사이에 '경계'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DMZ 사이에 설치된 철조망? 서해 바다에서의 NLL? 그리고 경계인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남과 북을 규정하는 '경계'는 어떤 기준으로 존재하는가. 자아와 타아를 나누는 '경계'가 아닌 자아의 이중성을 나타내는 '경계' 속에서, 다시 말해서 남과 북이라는 이중적 자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경계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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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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